아키씨의 인터뷰 / 매일경제 – ‘인생문제의 건축적이해’

aRchie’s INTERVIEW WITH MK.CO.KR

삶을 기록하고 읽는 곳…성찰의 공간 만들어요

 

`나`를 기록·저장·열람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위로받아
`삶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건축가로서도 근본적인 질문
인생과 건축은 결국 닮은꼴…하나씩 채워나가는 프로젝트

 

인생도서관 대표 건축가 아키

 

누군가에게 건축은 인생을 담는 공간이다. 일본 프로 복서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건축은 곧 꿈이다. 고졸 출신인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건축을 독학했고, 건축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다. 또 영화 ‘건축학개론’ 주인공들에게 집이란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았던 지난 시간을 다시 채우는 성장, 화해 그리고 치유의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인생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복합문화공간 살롱드팩토리 대표이기도 한 건축가 아키 씨(본명 김우성). 그는 건축가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사람들이 인생을 설계도처럼 그려보고 조감도처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일도 한다. 바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돕고 이를 책, 사진, 음원 등 다양한 미디어로 완성시키는 이색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3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땐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난해 인생도서관을 찾아 삶의 기록을 저장해둔 사람만 1200명을 넘는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인공지능 전문 기업 솔트룩스,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키 씨는 인생도서관이 짧은 시간에 주목받은 비결에 대해 “삶이 고단한 시대에 개인으로 혹은 집단 구성원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나온 시간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아키 씨는 “개인은 물론 가족 그리고 회사 동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이곳을 찾지만 특이하게도 이 중에는 사춘기를 겪는 학생도 있고 홀로 조용히 찾아오는 노인도 있다”며 “짊어진 삶의 무게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아키 씨가 인생도서관을 구상한 계기는 다름 아닌 본인 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아들로서 자신이 모르는 아버지의 삶을 알고 싶었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록을 힘들어하던 아버지를 위해 그는 자신이 건축가로서 일할 때 쓰던 방식을 활용했다. 나를 규정하는 것, 공간 환경, 인간관계, 라이프 스타일, 개념 환경, 일이라는 여섯 가지 범주를 만들어 시간 흐름에 따라 채워가도록 한 것이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이 만들어준 틀을 이용하면서 자기 인생을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아버지를 위한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드리는 세상의 단 하나밖에 없는 선물인 셈이다.

 

아키 씨는 건축가로 일할 때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여섯 개 틀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작업을 한다. 이 여섯 가지 틀은 건축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이지만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가 최근 수행한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마곡지구 LG사이언스파크 디자인가이드를 비롯해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공용 공간 콘셉트, 삼성전자 글로벌 오피스 가이드라인 등이 있다. 건축가로서 아키 씨는 건물을 짓는 일보다는 새로운 건물이나 단지가 들어설 때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는 등 공간의 논리적 구조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성을 살피고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는 일은 필수다.

 

아키 씨는 “구조를 주고 콘텐츠를 채워간다는 측면에서 건축과 인생은 매우 닮았다”며 “나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이지만 이런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생 질문을 통해 내 삶을 잘 정리하고 복잡도를 낮추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양한 사람이 인생도서관을 찾는 만큼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인생을 다시 열람하러 올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기록을 쓸 사람들을 위해 더 진전된 인생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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